2011/07/24 02:38

BGM 정보 : 천녀유혼 O.S.T 장국영-노수인망망(路隨人茫茫)


<천녀유혼> 2011년 리메이크 한국포스터


 <천녀유혼>이 한국에서 갖는 입지는 어떤 것일까. 객관적인 사실은 뒤로하고 글쓴이의 기억만으로 보자면 <천녀유혼> 이꼬르 왕조현, 왕조현 이꼬르 <천녀유혼>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어느밤 토요일 늦은 시간. 15,16인치 정도의 아날로그 TV 브라운관을 통해 토요명화의 오프닝 테마가 울리면서부터 기억되는 <천녀유혼>의 기억은 아직 10살이 됐었는지 아직 그 전이었는지도 모르는 글쓴이에게 설레임 그 자체였다. 지금에 이르러 몇번이고 다시 <천녀유혼>을 본다하여도 다시는 들지 않을 그 추억의 괴력은 글쓴이에게 있어 혹은 그 당시의 <천녀유혼>을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천녀유혼>만의 그 어떤 깊은 각인을 남겼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감을 갖게한다. 

 <천녀유혼>을 리메이크가 아닌 싸구려 리싸이클을 했다고해도 옛 기억을 더듬으려 2011년도의 새로운 <천녀유혼>은 언젠가 꼭 보고야 말았을 것이라는게 글쓴이의 예감이다. 단지 이 영화가 <천녀유혼>이기 때문에 막연한 추억에 의한 충동질로 감상하고난 소감은 모든 것을 다 포함해서 '만족'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정내를 홀려 먹고사는 귀신들의 세계. 그녀들의 프로페셔널리티를 극적으로 표현하기에 왕조현은 필요 이상으로 완벽했다. 1987년 첫선을 보였던 <천녀유혼>시리즈의 근원. 섭소천이란 캐릭터는 자칫 영화의 전체를 잊게 만들만큼 극의 비중과 영향력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천녀유혼>이 다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가장 처음들은 생각이 왕조현의 섭소천과 정면충돌을 할 배우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것이었다. 美만으로 전작의 기대심을 충족시켜 낼 수는 없지 않을까? 설사 김태희가 섭소천을 연기한다고 가정해보아도 왕조현의 미칠듯한 존재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영화가 시작되고나자 엽위신감독의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캐스팅에 얼마나 고심을 했을까... 새로운 <천녀유혼>이 던진 해답지는 유역비라는 배우였다. 왕조현의 섭소천이 갖는 아우라와는 판이한 유역비의 섭소천은 <천녀유혼>팬심에 불을 집히기에 충분한 역량을 발휘했다. 왕조현의 섭소천이 한여름의  굵은 소나기와 같았다면 유역비의 섭소천은 날 좋은 봄 한낮의 여우비를 연상하게 한다. 글쓴이는 사실 섭소천의 캐스팅에서 반은 이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충족했던 것 같다...

<유역비> 사진앵글마다 전혀 다른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같다



 원작<천녀유혼>도 이번 2011작<천녀유혼>도 로맨스 판타지극이다.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그 장르와 캐릭터의 기본만을 추려놓고 틀을 새롭게 짜올렸다. 극의 중심지였던 난약사를 배경으로 악(惡)이 없는사람 영채신, 귀신 섭소천, 퇴마사 연적하라는 세 캐릭터에게 새로운 스토리를 주입하며 이건 같은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낡은 아이템이었던 세 캐릭터를 꽃단장을 시켰다. 정말 꽃단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캐릭터는 연적하라는 퇴마사로 기본 퇴마사인 것은 변하지 않았으나 그 존재의 이유를 새롭게 정립하며 로맨스 판타지로써의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시키며 연적하의 극중 태도를 180도 전환했다. 연적하라는 인물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2011년도의 <천녀유혼>은 마침내 새로워 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본다.

 
왼쪽이 1987년 원작 오른쪽이 2011년 <천녀유혼>

 원작에서 연적하는 인간세에 싫증을 느끼고 난약사에서 은둔하는 퇴마사로 인생의 달달하며 쓰고 쉰맛과 인간세의 무게를 온 얼굴과 키에 반영하여 압축시켜 놓은(...) 캐릭터였다. 거의 절대적인 고수이면서 나무껍질을 연상할 만큼 까끌거리는 성격의 연적하라는 인물. 원작의 연적하는 필연관계가 없는 우연적이고 충동적 감정에 의해 극에 개입하는 영채신과 섭소천 러브라인의 제 3자이며 조달자였다. 2011년에 이르러 샤방해지고 스윗해진것은 섭소천과 연적하의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위함으로 연적하가 난약사 주위를 전전하는 이유의 재정립이었다.

 

 위의 연적하의 원작과 2011년의 비교사진으로 알 수 있지만 원작같다면 사실 섭소천과 연적하의 이런 투샷은 생각할 수 없다. 러브라인은 설명할 필요조차 못 느낄 정도다. 샤방거리는 연적하의 개입으로 난약사를 전전긍긍하는 연적하라는 캐릭터는 인간세상을 등진인물에서 사랑하는 귀신을 지키는 퇴마사로 탈바꿈됐다. 캐릭터의 성격이 변하며 전혀달라진 <천녀유혼>의 사랑이야기는 비교적 더 애처로워졌으나 원작에서 영채신과 섭소천의 애절함은 흐릿해지는 느낌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장국영의 영채신이 그리워지는 향수를 느꼈는데 아마도 2011년도의 <천녀유혼>에서의 영채신이란 악없는 이 인물이 불필요로 느껴질 만큼의 영향력행사가 약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유가 아닌가 싶다.

 
왼쪽이 1987년 원작 오른쪽이 2011년 <천녀유혼> 
 
 

 영채신이란 캐릭터는 사실 한없이 착하기만 한 그런 인물은 아니다. 글쓴이의 시각에서 원작의 영채신이 섭소천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있었던 것은 집요하고 끊임없는 대쉬와 섭소천에 대한 뜨뜨~근한 관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타인의 떼인돈을 수금하러 다니는 것이 직업이었던 영채신은 비에 젖어 글이 전부 지워진 장부를 센스껏 수정하고 실제 반환금과는 거리가 멀수있는 금액을 요구하는가 하면 타인의 죽음앞에서 비굴할 줄 알고 넘어 갈듯 말듯 밀당을 즐기며 여인을 넘어트리는 적재적시를 잘 알고있었다. 잘 모르는 동네에서 적응안되는 생활을 조금했다고 해서 바보취급을 받으나 그리 멍청하기만 한 캐릭터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몇가지 행동들이다. (반은 짐담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에 이르러 영채신의 이미지가 한없이 하얀색에 가까운 선한 인물로 남아있는 것은 영채신의 구애는 정말 순수한 맛이 있었고 섭소천의 혼이 사라저 이별을 할 것을 알면서도 섭소천의 혼백이 환생할 수 있게 발버둥치는 그 모습에서 였을 것이다. 정말 결정적인 것은 토요명화에선 베드신이 삭제되어 영채신과 섭소천의 사랑이 정말 플라토닉해 보였다는 것이란 건 부정할 수 없으나 뭐... 어쨌던간에...


 연적하의 사정이 어찌되었건 현재의 사랑은 영채신과 섭소천이다. 새로운 연적하의 비중이 늘었기 때문에 약간 붕뜰 수있는 영채신의 존재감은 어느정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일지 모르나 원작의 장국영을 기억하는 글쓴이는 2011년의 영채신에게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배우 외견의 차이인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지금으로써 가장 떠오르는 것은 장국영의 그 눈빛이다. 런닝타임을 2시간 혹은 그 이상으로 늘려서라도 더 깊은 이야기를 했으면 혹시나 더 깊은 여운을 줄 수 있진 않았을까?


 1987년의 영화가 2011년에 이르러 리메이크 되었다. 영상과 음향의 질적향상은 정말 극적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극과 극의 결과물은 역시 시간과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세상을 실감하게 한다. 80년대의 중국영화의 위상에 걸맞는 당대 최고의 기술들과 효과를 선보인 것으로 보이는 원작의 스케일과 액션은 현대의 화려한 CG와 절도있는 액션에 비할 수 없는 없다. 굳이 되새길 필요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당연스럽다. 그저 허름한 절간이었던 난약사 세트의 변신, 엽문으로 유명한 엽위신감독의 액션연출은 감동에 가까우면서도 이상하게 글쓴이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무얼까...

 
<천녀유혼>은 아마 참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이 있는 영화일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2011년의 작품을 보고 그 옛날 거실에 있던 촌스럽고 투박하고 자그마한 텔레비젼, 그 옆으로 정말 아끼고 사랑하던 비디오 플레이어, 촌스럽고 의미없이 붙어있는 버튼들로 도배된 리모콘, 막연히 시원했던 것 같은 그날 밤 늦은 시간 아버지와 옆으로 누워 말 한마디 없이 영화를 보던 그 순간이 기억난다는 것이다.

 깊은 기억속 옛 기억의 향수를 불러 줄 수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 나름 값진 시간, 값진 기억을 갖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장국영의 사망소식이나 가끔씩 보이는 왕조현의 현황기사들이 줬던 아쉬움들을 이번의 리메이크로 인해서 희석하고 옛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걸 <천녀유혼>을 다시 만들어낸 사람들은 알고있었을까?...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참 만족스러운 영화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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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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