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Cultureholic/하루의 잔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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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의 언덕은 작년보다 더 가파랐다. 티셔츠를 태워 먹을 듯 온몸을 핥아 내리 쬐는 햇빛에 짜증을 부리며 이마의 땀을 닦아 냈다. 에어컨을 찾아 나서는 작은 여정과 같은 오늘... 군휴학계를 제출하고 돌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이 휴학 신청을 하기 위해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매만졌다.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는 친구의 젓을 비틀어 깨우고, 티비를 틀고, 컴퓨터를 켜고, 물한잔을 찾아 냉장고를 사정없이 뒤척이고, 어디론가 사라진 라이터를 찾아 숨바꼭질을 즐겼다.

준비를 한시간, 학교에 도착하기 까지 4시간... 구경만 해왔던 초밥을 한웅큼 골라 먹고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담배를 피우고 또 피우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느세 묻은 벌레의 시체 잔여물을 오른쪽 어깨 즘에 달고, 뭘 먹고 흘렸는지 모르겠는 옅은 빨강색 자국을 목 바로 밑에 세긴체로...

콧잔등에 땀이 서려서 안경이 수도 없이 미끌어졌다. 밖으로만 나오면 김이 차올라 당장이라도 안경을 두동강 내고 싶은 충동이 목구멍까지 치달았다. 정말... 오늘도 참 더웠나보다...

휴학계를 제출하는 것은 수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학번을 적고 이름을 적고 통지서를 달랑거리며 학생과에 제출하니 별 대수롭지 않은 시선으로 삽시간에 확인서를 찟어 넘겨 받았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이 더운 바람을 헤쳐서 이 뜨거운 태양을 등지고 이깟 종이 한장을 받아야 하다니... 나는 참 작다...

돌아오늘 길 택시를 탔다. 거금 이만원을 들이고 나니 학교와 나의 집의 거리는 겨우 15분... 매일 같이 내가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던 시간... 매일... 택시기사 아저씨는 습격이라도 하듯 말씀을 걸오 오신다. 6~70년대 운전수의 인생을 한참동안 듣고 있었다. 25년의 무사고 경력. 내 인생보다 길다. 돌아 오며 바라보는 기나긴 도로의 이야기. 그때는 운전수라면 최고 기술자였지, 그때는 비포장 도로였어, 그때는 참 좋았지

참 <그때>를 좋아하는 아저씨였다. 상상도 안되는 그때의 비포장 도로를 말을 듣고 있자니 아직 자갈이 무성하던 집 앞길이 깊은 머리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사각사각 하고 소리를 내는게 썩 마음에 들어서 일부러 발을 끌면서 걸어 다녔다. 긴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뿌리고 나면 한 여름 시골 한복판에서도 피서를 즐길 수 있었다. 물이 흥건한 발로 공터를 지나면 어느세 덕지덕지 묻어있는 먼지들이 참 보기 안 좋았었는데... 요즘은 뜨거운 아스팔트가 우리 동네를 전부 삼켜버렸다. 다리를 간지르던 풀들은 자동차가 일으키는 먼지바람에 목욕을 하고 아침이면 시끄럽던 참새들은 내가 미워졌는지 얼굴을 한번 보기가 힘들다. 나에게는 겨우 몇년 전 일이건만...

30년도 전의 이야기를 참 생생하게 말 하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의 인생이 온 얼굴을 가리고 있는 주름살로도 가려지지 않았나보다. 더운 날씨도 짜증 났건만 내일 모레로 다가오는 군입대도 짜증 났건만... 이 아저씨의 30년의 세월을 생각해보고 나니 참... 나는 정말 작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맴돌았다. 핸들을 잡고 있는 야윈 팔뚝보다 작았나보다... 점점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재미있는 건 이 나이많은 아저씨와 나의 가치관이 참 닮았다는 것... 갑작스레 너무 즐거웠다. 10년이 넘어서야 겨우 금반지를 하나 선물 했다는 이야기나 비포장을 넘실거리며 열심히 일을 했었던 이야기. 내가 받아들이 기에야 한 옛날이 었겠으나 이야기는 전부 조금전의 일들만 같았다.

나도 옛날을 기억하고 살아야 겠다. 조금이라도 더 옛적을 기억하다보면 먼지묻은 옛날 이야기를 평생의 화재거리로 삼아 살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참된 시골의 비포장 길을 구경해보지 못한 꼬맹이에게는 말도 안되는 옛날을 그려 줄것이다. 아직 시넷물에서 마음껏 몸을 던져 놀았던 이야기나 얼음판 위에서 신이나도록 넘어졌던 이야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온 개울가를 진흑탕으로 만들어 놓은 이야기... 내가 아니면 기억하지 않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촌동네 이야기들 전부를 아직 어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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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아리스노바 2007.08.21 18:14 URL EDIT REPLY
코린 베일리 레 음악 듣고 싶었는데 오랜만이네 ㅋㅋ 너도 이제 5일 남았다.
군인이라는 직업을 같게되면 옛 기억, 추억들.. 많이 곱씹으며 忍을 그려가겠지.
BlogIcon pug 2007.09.22 14:10 URL EDIT REPLY
숏디리코뿔소님 군대 가시는거에요? 에공...기분이 싱숭생숭 하시겠네요.
추석 인사차 들렀다가...아직 안가신거죠?
2년 잠깐이라더라...이런 얘기는 싫으실거고...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BlogIcon arisnoba 2007.11.06 18:53 URL EDIT REPLY
제발 연락할 길을 줘...
12월이 기다려 지는데...um.
BlogIcon 긴목 2007.12.18 13:06 URL EDIT REPLY
먼데 가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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