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의 잔상들
Cultureholic/하루의 잔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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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306 : 의정부의 심장동맥을 이어 피끓는 행진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곳이 있다. 많은 눈물, 잡스럽게 흐날리는 담배연기, 수백수만의 목소리에 섞이는 이름들... 그날은 어머니에게 거수경례를 드렸다. 다만 그 많은 사람중에 어머니의 모습을 잃어버려 그저 나는 허공에 외처보았다. "부모님 몸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들렸을지는 의문이나 뒤돌아 섰을 때 분명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는 것이 작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미칠듯한 식욕 : 근 한달간 물이 귀했다. 귀퉁이에서 물이 질질 흘러 나오는 통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잠을 잘 시간이 됐다는 뜻이자, 줄을 서야한다는 신호탄이다. 물은 귀하다. 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물부족국가의 면모를 직접 몸으로 깨닿는 육체적 교육 & 암묵의 전쟁...

배식은 전쟁이었다. 작은 집게 사이로 오고가는 정, 눈싸움, 신경전이 발가락의 추위를 잘근잘근 썰어먹는듯 살벌하고 날카로웠다. 서로 반찬을 적게 주는 이 작은 전쟁의 끝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반찬이 많이 나오기전까지는... 그리고 이등병은 영원히 배고플 것이다. 빅파이가 초코파이만큼 소중하게 손가락을 소세지마냥 달랑거리는 그날은 아직 18달 남아있다...

진정한 적 : 진정한 적... 그것은 식욕도 동기도 선임도 아니었다. 나와 나의 발냄새... 나의 배고픔, 나의 추위, 나의 피곤함, 나의 고통들... 그리고 그것만큼 무서운 것은 나에대한 자각을 잃어간다는 점이다. 배고픔도 잊게되고 추위에 강하지고 피곤함을 친구삼고 고통을 신발삼아 여미는 나는 무식하다기 보다 무색해졌다. 나에게 있어 더욱...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들 : 가로등 빛 사이로 멋드러진 S라인을 그린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가끔은 밑에서 위로 치솧고 내 볼을 쓰다듬는 1억개의 새하얀 눈... 첫눈이 내리던 날 설레임보다는 손가락이 끊어지는 고통이 더욱 컸다. 움켜쥔 주먹을 입술로 가저가는 그때 말없던 선임의 무심한 한마디는 "이건 쓰레기야!!!" 라는 단발마... 그리고 그마저 주먹을 움켜쥐고 가만히 주머니로 손을 옮겼다. 하늘은 깊었고 끝없이 어두웠다. 나는 그 시간 약 구십분동안 탄약고를 지켰다. 아직 나는 거기에 있어야 한다.

깔끔한 군인들 : 군인에게 위생이란 아주 중요한 것이다. 남자들만 있다고 해서 홀아비 냄새가 나풀거리며 노닐것이라는 상상을 하는 것은 교만이며 어리석고 서운한 무관심이다... 관물대 한가득 화장품, 전용 비누, 샴푸, 미백 치약, 항상 빨려있는 속옷, 양말... 샤프란 향과 파도를 몰듯 코를 찌른다. 아주 지겹다 싶을 만큼... 청소를 매일 1시간 정도를 하고 15분 씻고 5분동안 전투화를 수입한다. 미친번호 1155 공식... 물론 혼자 생각이다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 <전우>라는 군가에는 '한까지 담배도 나눠 피우고~~~' 라는 소절이 있다. 그렇다 선후임간에는 따뜻한 정과 막말 그리고 끝없이 쏳아지는 담배들의 행렬이있다. 없으면 빌리고 있으면 나누고... 이것은 군 속에서 가장 서로를 아껴주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담배를 피우는 그 시간동안은 그나마 선후임의 작고 유칙한 벽장에서 잠시 벋어나 서로를 돕는다... 때로는 뿌듯하기도 하나 아쉬운 것은 그것이다... 항상 도움을 받기만 하는 선임도 있다는 사실... 뭐... 그렇다. 담배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100일 휴가 : 그것은 밍숭맹숭하고 의미없는 그러나 하염없이 내리는 가랑비 같았다. 오는 듯 마는 듯 어느세 젖은 어깨와 나도 모르게 수척해진 볼따구... 웃음이 역력하던 그 보조개는 자취를 감추고 농담의 농자도 신경쓰이는 생활중... 그렇다. 잠깐 지나가는 보험아줌마 마냥 급접근을 해오는 이 휴가... 수많은 선임병들의 경험담이 다 허접 쓰레기 처럼 들렸다. 다만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말보루 레드 한까치와 발바닥 따뜻히 잠들 수 있게 도와줄 전기장판... 귤 한박스, 그리고 음악... 나름 해피엔딩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기분만...

사회 : 군인은 추위에 강해지나... 12월 말 나는 거리를 걷는중 땀을 흘렸다. 잔털을 적시며 바람을 가르는 물망울들... 아마 나의 귀환을 일찌감치 눈치체고 있는 등골이 잠깐의 전율을 흘렸다. 별반 달라진 것 없는 동네의 전경과 아직 나를 기억하는 슈퍼마켓 아주머니... 나를 보고 인사하는 월세방 꼬맹이, 나와 술잔을 기울이는 아버지,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스피커... 나를 기다린 친구들... 그렇다... 사회는 참 따뜻하다. 이 잔인한 12월을 잊게 해줄만큼...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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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메뚜기쌤 2007.12.26 10:02 신고 URL EDIT REPLY
사재인(?)이 기다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이등병들에게는 더할나위없는 공포죠.
BlogIcon lovepool 2008.01.10 11:47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릅니다. 요즘 도통 찾아 오질 못했네요. 저도 공황에 빠져있기도 했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군인의 작은 소망이 사재인들에겐 얼마나 볼품없는지 깨닫고는 그래도 잠시나마 군인의 그시절이 조금...약간은(?!)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리스노바 2008.03.21 18:18 URL EDIT REPLY
너 정말 8/3일 나오는거 맞냐?
구라치고 혼자 즐기다 들어가는거 아니야..?

나 8/3에 맞추려면 힘들어 ㅠ 확답을 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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